매년 브로드웨이와 오프브로드웨이의 수많은 무대가 화려한 조명과 거대한 무대 장치로 관객의 시각을 압도하려 경쟁할 때, 맨해튼 극장가의 한편에서는 오직 ‘텍스트의 힘’과 ‘배우의 입’만으로 객석을 초토화하는 기묘한 코미디 쇼가 영리한 독점적 영토를 구축하고 있다. 대중문화의 허영심을 가장 날카롭게 해부한다는 평가를 받는 유서 깊은 풍자극 ‘셀러브리티 오토바이오그래피(Celebrity Autobiography)’가 그 주인공이다.

에미상 수상 경력의 유진 팩(Eugene Pack)이 기획한 이 독창적인 쇼는 유명 스타들이 무대에 올라 다른 탑 셀러브리티들이 직접 쓴 자서전의 실제 문장들을 아무런 각색 없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낭독(Verbatim Reading)하는 독특한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 자본주의가 낳은 최고의 산물인 ‘스타덤’의 허구성을 텍스트의 전유(Appropriation)를 통해 통쾌하게 뒤집어엎는 이 쇼의 실증적 매력과, 관람 전 반드시 인지해야 할 치명적인 한계점을 신문 기사 형식으로 정밀하게 짚어본다.

자서전의 텍스트가 코미디로 전환되는 미학적 카타르시스

‘셀러브리티 오토바이오그래피’의 무대 위에는 그 흔한 세트피스도, 화려한 의상도 없다. 배우들은 보면대 앞에 서서 마돈나, 타이거 우즈, 실베스터 스탤론, 저스틴 비버 등 동시대를 풍미한 스타들의 자서전을 덤덤한 표정으로 읽어 내려갈 뿐이다. 그러나 이 투박한 하부 구조에서 뿜어져 나오는 코미디의 식감(Texture)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렬하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Source: New York and New Jersey, DB Ban]

스타들이 스스로를 미화하기 위해 쓴 허세 가득한 문장, 앞뒤가 맞지 않는 비문(非文), 연인과의 유치한 스캔들에 대한 자화자찬식 서사들은 일류 코미디언들의 정교한 딕션과 연기력을 통과하는 순간 완벽한 블랙 코미디로 전원(Transition)된다.

특히 두 명의 배우가 각각 저스틴 비버와 셀레나 고메즈의 자서전을 들고 서로의 문장을 교차하며 가상의 설전을 벌이는 시퀀스는, 현대 미디어가 생산해 낸 막장 드라마의 레이어를 완벽하게 압착(Compression)하여 보여주는 이 쇼의 백미다. 관객들은 스타들의 진지한 허영심을 합법적으로 비웃으며, 디지털 클라우드가 규격화해 낸 대중문화의 환상으로부터 해방되는 고차원적인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회차마다 춤추는 타율, 출연진 라인업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리는 재미의 편차

그러나 이 쇼가 지닌 독창적인 연출 공학은 역설적으로 치명적인 취약점을 내포하고 있다. 고정된 극본이나 정형화된 연출이 없는 ‘로테이팅 캐스트(Rotating Cast)’ 시스템이기 때문에, 각 회차마다 어떤 인물이 무대에 등장하고 어떤 자서전이 선택되느냐에 따라 공연의 전체적인 완성도와 재미의 편차가 극단적으로 크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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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New York and New Jersey, DB Ban]

매주 마리오 칸토네(Mario Cantone), 크리스틴 존스턴(Kristen Johnston), 매튜 브로더릭(Matthew Broderick) 같은 베테랑 코미디 천재들이 라인업을 가득 채우는 회차는 객석 전체가 숨을 쉬지 못할 정도의 폭발적인 타율을 자랑한다. 이들은 자서전 속의 평범한 쉼표 하나조차도 자신만의 독보적인 타이밍으로 비틀어내는 장인정신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낭독극의 호흡에 익숙하지 않거나 예능감이 떨어지는 카메오 배우들이 주류를 이루는 회차를 선택하게 될 경우, 공연은 한순간에 지루하고 단조로운 대학 강의실의 리딩 세션처럼 가라앉고 만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티켓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거대한 ‘라인업 복불복 룰렛’이 되는 셈이며, 이는 공연의 지속 가능한 신용자산(Credit asset)을 저해하는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영어와 팝문화 리터러시라는 두 가지 거대한 진입 장벽

또 다른 치명적인 단점은 이 쇼가 철저하게 미국의 하이엔드 팝문화 리터러시를 기반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언어적 장벽과 문화적 맥락의 장벽이라는 이중의 방파제는 로컬 뉴요커가 아닌 글로벌 여행자나 비영어권 관객들의 소통 역량을 심각하게 제한한다.

  • 영어의 언어적 장벽: 자서전의 문장을 그대로 읽는 만큼, 겉으로는 정중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상대방을 저격하는 영어 특유의 미묘한 언어적 뉘앙스(Subtext)와 말장난(Pun), 그리고 비꼬는 톤앤매너를 완벽하게 잡아내야만 웃음의 혈관에 동참할 수 있다. 직관적인 슬랩스틱이나 시각적 퍼포먼스가 전무하기 때문에, 청해력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순간 무대 위의 독백은 차가운 소음으로 전락한다.
  • 셀러브리티 개인사의 배경지식 장벽: 더 높은 벽은 바로 미국 연예계의 역사다. 예를 들어 데이비드 하셀호프가 왜 독일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지, 토크쇼 진행자들의 과거 치명적인 스캔들이 무엇이었는지 등 해당 인물의 ‘개인사적 타임라인’을 미리 인지하고 있지 않다면, 배우들이 왜 저 대목에서 저런 표정을 짓는지 전혀 공감할 수 없다. 아는 만큼만 보이고, 아는 만큼만 웃을 수 있는 이 철저한 진입 장벽은 다원주의적 포용성을 지향하는 현대 브로드웨이 트렌드 속에서 지극히 폐쇄적인 커뮤니티형 오아시스로 남게 만드는 요소다.

결론: 미국 대중문화 마니아들을 위한 가장 발칙하고 영리한 성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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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New York and New Jersey, DB Ban]

종합하자면 ‘셀러브리티 오토바이오그래피’는 스마트폰 스크롤 속 가상 현실과 헐리우드의 거대한 자본이 만들어낸 스타들의 가짜 삶을 가장 인간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풍자해 내는 발칙한 마스터피스다. 60여 척의 범선이 뉴욕항을 채우던 건국 축제의 웅장함과는 결이 다르지만, 인간의 말(Word)이 지닌 날것의 에너지를 만끽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지적 놀이터다.

다만, 출연진에 따른 재미의 롤러코스터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평소 헐리우드 가십과 미드타운의 문화적 맥락에 깊숙이 중독되어 있는 자들만이 온전한 지분과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제한적인 영토다. 만약 당신이 미국 대중문화의 뼈대를 꿰뚫고 있는 마니아라면 이 쇼는 평생 잊지 못할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것이며, 반대로 뉴욕의 보편적인 대형 뮤지컬의 시각적 즐거움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높은 언어의 장벽 앞에 좌절하는 낯선 이방인의 밤을 안겨줄 것이다.

[MEMBER’S BRIEF: 셀러브리티 오토바이오그래피 프리미엄 관람 리뷰]
평가 카테고리쇼의 핵심 메커니즘 및 특징실증적 감각 및 장점치명적 단점 및 한계점
THE CONCEPT스타들의 실제 자서전 무삭제·무각색 100% 원문 그대로 낭독자서전의 허세 문장이 블랙 코미디로 전형되는 미학적 카타르시스시각적 볼거리(무대 장치, 의상)가 전무한 아날로그적 단조로움
THE CAST매회 출연진이 바뀌는 로테이팅 캐스트(Rotating Cast) 시스템베테랑 코미디언 참여 시 극대화되는 즉흥적 딕션과 호흡출연 인물에 따라 재미의 타율과 완성도의 편차가 극단적으로 큼
THE BARRIER미국 로컬 대중문화 및 연예계 역사 기반 텍스트 전유헐리우드 가십 마니아들을 위한 최고의 지적 안식처이자 풍자 공간높은 영어 실력 및 셀럽들의 개인사 모를 시 즐길거리가 전무함
EDITOR’S TIP공식 예매 전 당일 출연진(Line-up) 명단 확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미드타운 인근에서 가볍게 칵테일 한 잔을 들이켜고 입장하는 루트 추천팝문화 리터러시를 갖춘 관객에게만 독점적으로 허락되는 브로드웨이의 틈새 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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