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맨해튼 그리니치빌리지 이스트 8가와 머서스트리트 모퉁이에 금색 테슬라 사이버캡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텍사스 번호판을 단 시험 차량이다. 사이버캡은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2인승 로보택시로, 올해 4월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생산이 시작됐고 9월부터 오스틴에서 유료 운행에 들어갔다. 뉴욕에서는 아직 운전자 없는 운행이 허용되지 않아 당분간은 '구경거리'에 머물 전망이다.
맨해튼 그리니치빌리지 한복판에 핸들 없는 차가 서 있었다. 21일 오후 이스트 8가와 머서스트리트가 만나는 모퉁이, 베이글 가게와 페덱스 매장 앞 도로변에 금색 테슬라 사이버캡 한 대가 주차돼 있었다. 앞 번호판 자리에는 번호 대신 '사이버캡' 로고가 붙어 있고, 뒤에는 텍사스 번호판이 달려 있었다.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고, 그 옆으로 뉴욕시경(NYPD) 순찰차가 지나갔다.
무엇이 다른 차인가
사이버캡은 테슬라가 2024년 10월 공개한 2인승 로보택시다. 운전대도, 가속·브레이크 페달도 없다. 사람이 운전한다는 전제 자체를 뺀 차다. 문은 위로 열리는 버터플라이 방식이고, 충전도 선을 꽂는 대신 바닥에서 무선으로 받는다. 테슬라는 공개 당시 판매가 목표를 3만 달러 아래로 잡았다.
멀리서 보면 모델 3를 납작하게 눌러 놓은 듯한 실루엣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다른 점이 많다. 앞뒤 유리가 지붕까지 한 장으로 이어지고, 바퀴는 거의 통짜로 덮여 있다. 이날 본 차량은 금색 무광에 가까운 도장이었는데, 유리에 가로수 그림자가 그대로 비칠 만큼 표면이 매끈했다.

텍사스에서 온 시험 차량
번호판이 말해 주듯 이 차는 텍사스에서 왔다. 테슬라는 올해 4월 오스틴 기가팩토리에서 사이버캡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고, 2분기 실적 보고에서 생산 차량의 공도 시험 주행을 시작했으며 7월부터는 공장 직원들을 태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9월 3일 오스틴에서 초청 행사를 연 뒤 이튿날부터는 기존 로보택시 앱을 통해 돈을 받고 사이버캡을 태우기 시작했다.
그동안 사이버캡이 목격된 곳은 주로 오스틴과 실리콘밸리였다. 뉴욕에서는 지난해 10월 나스닥 마켓사이트 앞에 전시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일반 도로변에 세워진 차량이 눈에 띈 것은 드문 일이다. 최근 뉴욕·뉴저지 일대에서 사이버캡을 봤다는 이야기가 늘고 있는데, 테슬라가 동부 도시 환경에서 시험 주행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테슬라는 뉴욕 지역 시험 운행에 대해 따로 밝힌 바 없다.
뉴욕에서 탈 수 있나
당분간은 어렵다. 현행 뉴욕주 법은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에 주 차량국(DMV) 허가와 운전자 탑승을 요구한다. 운전대 자체가 없는 차를 운전자 없이 손님 태우고 다니게 하려면 법부터 바뀌어야 한다. 뉴저지도 상업 로보택시 운행을 허용하는 제도가 아직 없다. 지금 뉴욕 거리에서 보이는 사이버캡은 손님을 태우는 차가 아니라 시험과 홍보를 겸한 차량이라고 보는 게 맞다.
테슬라는 사이버캡이 기존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FMVSS)을 자체적으로 충족하도록 설계돼, 운전대 없는 차에 적용되는 연방 교통안전국(NHTSA)의 연간 2500대 예외 한도에 묶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생산 대수 제한 없이 차를 찍어 낼 수 있지만, 어느 도시에서 운전자 없이 달릴 수 있느냐는 결국 주와 시가 정한다.

뉴욕 택시 시장에 던지는 질문
뉴욕은 미국에서 택시와 차량호출 규제가 가장 촘촘한 도시다. 옐로캡 메달리온 제도와 우버·리프트 운전자 최저임금 규정이 있고, 시 택시리무진위원회(TLC)가 차량 대수를 관리한다. 운전자가 없는 차가 들어오면 이 틀이 통째로 흔들린다. 뉴욕시 택시·차량호출 운전자 상당수가 이민자이고, 그중에는 한인도 적지 않다.
구글 계열 웨이모가 지난해 맨해튼에서 운전자 탑승 조건으로 시험 운행 허가를 받은 데 이어 테슬라 차량까지 거리에 나타나면서, 뉴욕의 자율주행 논의는 '언제'의 문제로 옮겨 가고 있다. 그 전까지 빌리지 길가에 선 금색 사이버캡은 행인들의 사진 속에 남는 차다.
사이버캡의 뉴욕 시험 운행 범위와 일정은 테슬라가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으며, 확인되는 대로 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