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라파엘로 특별전이 6월 28일 56만 관람객을 모으고 폐막했다. 알바 마돈나부터 라 포르나리나까지, 현장에서 카메라에 담아온 작품들로 되짚는 석 달의 기록. 그리고 전시가 끝난 지금도 상설 전시실에 남아 있는 콜론나 제단화 이야기.
지난 6월 28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2층의 짙은 남색 전시실들이 석 달 만에 불을 껐다. 라파엘로 산치오(1483~1520)의 전 생애를 훑은 특별전 《라파엘: 숭고한 시(Raphael: Sublime Poetry)》가 3월 29일 개막 이후 56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모으고 막을 내린 것이다. 마지막 주말까지 매표 줄이 미술관 대계단을 감쌌고, 전시장 안에서는 그림 한 점 앞에 서기 위해 어깨를 비집는 광경이 일상이었다. 뒤늦은 기록이지만, 이 전시는 적어 두지 않고 넘어가기엔 아까운 전시였다. 그날 카메라에 담아온 작품들과 함께 석 달의 기억을 되짚는다.

규모부터 이례적이었다. 유럽과 미국의 주요 소장처에서 온 200여 점이 우르비노에서 피렌체, 로마로 이어지는 37년의 궤적을 좇았다. 미국에서 라파엘로를 이 정도로 종합해 다룬 국제 대여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획을 맡은 메트의 카르멘 밤바흐 큐레이터는 회화와 소묘를 짝지어 거는 방식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 워싱턴에서 온 원형 화면의 《알바 마돈나》 옆에 프랑스 릴의 준비 소묘가, 루브르에서 건너온 《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의 초상》 곁에 습작이 걸렸다. 완성작의 매끄러운 표면 뒤에서 화가가 얼마나 집요하게 선을 고쳐 그었는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배치였다.


전시의 문을 연 것은 우르비노와 움브리아 시절이었다. 열일곱 살 무렵의 은필 자화상 소묘가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았고, 건축 무대 위에 인물을 배치하는 스승 페루지노의 어법이 짙게 남은 초기작들과 금빛 제단화가 뒤를 이었다. 짙은 회벽에 액자가 떠오르듯 걸린 전시 디자인은 그림 바깥의 모든 것을 지웠다.



중반부의 파란 방들은 이번 전시의 심장이었다. 초상화가로서의 라파엘로를 몰아 보여준 구간으로, 베레모를 쓴 젊은 남자의 초상부터 《유니콘을 안은 여인》, 로마 시절의 《라 포르나리나》까지가 한 호흡에 걸렸다. 성모자 그림에 가려 잊히기 쉽지만, 라파엘로의 초상은 상대의 심리를 화면 밖까지 밀어내는 힘이 있다. 어두운 방에서 조명을 받은 얼굴들과 눈을 맞추다 보면, 500년 전 사람이 아니라 방금 자리를 뜬 사람을 마주친 기분이 들었다.



후반부는 로마 시절의 화면들로 마무리됐다. 피렌체 피티궁에서 온 《에제키엘의 환시》 같은 소품부터 대형 제단화까지, 벽 하나를 가득 채운 손 습작과 구도 스케치가 완성작들 사이에 끼어들며 리듬을 만들었다. 회화의 화가이기 이전에 소묘의 화가였던 라파엘로의 본령이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자리였다.


전시는 끝났지만, 메트에서 라파엘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술관이 자체 소장한 콜론나 제단화 — 《옥좌의 성모자와 성인들》(1504년경) — 는 특별전에서 파란 벽의 주인공 노릇을 마친 뒤 유럽 회화 상설 전시실로 돌아갔다. 금융가 J. P. 모건이 1916년 기증한 이 작품은 미국에 있는 유일한 라파엘로 제단화다. 특별전 입장권 없이, 일반 입장만으로 언제든 볼 수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5번가 1000번지, 82가에 있다. 수요일은 휴관이고 나머지 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금·토요일은 밤 9시까지 연다. 뉴욕주 거주자는 원하는 만큼 내는 방식으로 입장할 수 있다. 콜론나 제단화의 전시실 위치는 방문 전 미술관 홈페이지(metmuseum.org)에서 확인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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