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한국문화원이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김차섭(1940~2022)의 회고전 《Tchah Sup Kim: The Key to a New World》을 9월 17일부터 10월 24일까지 연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소장한 1976년 에칭 'Triangle Between Infinites'를 비롯해 회화·판화·드로잉과 아카이브 130여 점이 나오고, 1984~1989년 제작한 '커피컵 시리즈' 85점 전작이 한자리에 공개된다. 소호 작업실 일부도 재현된다. 개막 행사는 16일 저녁 6시.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브루클린 뮤지엄이 나란히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화가 김차섭(Tchah Sup Kim, 1940~2022)의 회고전이 맨해튼 32가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열린다. 전시 《Tchah Sup Kim: The Key to a New World》는 9월 17일 목요일 시작해 10월 24일 토요일까지 문화원 1·2층 전시장에서 이어진다.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회화와 판화, 드로잉과 아카이브를 합쳐 130여 점이 나온다. 1970년대 뉴욕에서 시작한 초기 판화부터 자화상과 인물화, '커피컵 시리즈', 문명과 우주를 다룬 후기 회화까지 반세기 작업을 한 흐름으로 따라가는 구성이다.

록펠러 장학금으로 건너온 1974년, 그리고 '열린 삼각형'

서울대 미대를 나온 김차섭은 록펠러재단 장학금을 받아 1974년 뉴욕으로 왔다.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원에서 판화 기법인 에칭을 파고들며 자기 언어를 만들었다. 물과 불, 시간과 부식을 정교하게 다뤄야 하는 에칭은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그의 성향과 잘 맞았다. 자갈밭과 삼각형, 직선 같은 기하학적 요소를 반복해 다루며 뉴욕 미술계에서 빠르게 이름을 얻었다.

이 시기 대표작인 'Triangle Between Infinites'(1976)는 MoMA에 소장됐고 이번 전시에도 나온다. 여기 등장하는 삼각형은 이후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 언어가 된다. 다만 김차섭은 서구적 이성과 원근법, 중심과 완결의 질서를 상징하는 삼각형의 꼭짓점을 일부러 열어 두었다. 그가 '열린 삼각형'이라 부른 이 구조는 형태의 변형이라기보다 기존 인식 체계에 균열을 내려는 통로였다.

그리스식 다이너 커피컵 85개, 전작이 한자리에

1980년대 작업은 미국 사회의 이방인으로 살며 겪은 문화적 혼란과 긴장을 다룬다. 자화상과 인물화, 운송 포장지 위의 드로잉이 그 시기의 감각을 보여주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커피컵 시리즈'다. 뉴욕 그리스식 다이너에서 쓰던 종이컵을 펼친 형태에서 출발해, 일상의 사물로 미국 대중문화와 이주자의 정체성을 동시에 들여다본 작업이다.

이번 전시는 1984년부터 1989년까지 만든 '커피컵 시리즈' 전작 85점을 한자리에 내놓는다. 같은 형식이 반복되는 가운데 이미지와 기호, 문구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나란히 놓고 볼 수 있다.

1990년 귀국 이후 — 역지도와 스키타이

1990년 한국으로 돌아간 뒤 그의 관심은 개인의 실존을 넘어 문명과 역사, 인간 존재의 기원으로 넓어졌다. 스키타이 문명과 유라시아 초원 문화, 역사지리학과 천문학에 몰두했고, 남북을 뒤집은 역지도와 마상배, 동쪽을 향한 방향성 같은 장치가 작품에 들어왔다. 서구 중심의 세계관을 뒤집어 보려는 시도였다.

소호 작업실을 전시장에 옮겼다

전시장에는 김차섭이 아내이자 예술적 동반자인 김명희 작가와 1982년부터 함께 쓰던 뉴욕 소호 작업실의 일부가 재현된다.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던 미완성 회화와 이젤, 그리고 지구본·자작나무·여러 형태의 자·책·야구공과 돌처럼 작품의 모티프가 된 사물들이 함께 놓인다. 작가가 남긴 메모까지 볼 수 있어, 하나의 생각이 어떻게 작품이 되고 더 큰 세계관으로 번져 갔는지를 따라가게 하려는 구성이다.

조희성 문화원 시각예술팀 디렉터 겸 큐레이터는 "김차섭을 특정 미술운동이나 양식 안에 가두기보다, 재미한인 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개인의 이주 경험을 문명과 역사, 우주와 존재에 대한 사유로 확장한 예술가로 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정미 문화원장은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작가의 작품을 뉴욕에서 다시 소개하게 돼 뜻깊다"고 말했다.

가는 법과 관람 시간

전시 정보
전시
Tchah Sup Kim: The Key to a New World
기간
9월 17일(목) ~ 10월 24일(토)
장소
뉴욕한국문화원 1·2층 전시장 (122 E 32nd St, New York)
관람 시간
화~금 오전 10시~오후 6시 · 토 오전 11시~오후 5시
휴관
일요일·월요일
개막 행사
9월 16일(수) 오후 6시~8시 30분 — 프리뷰, 개막식, 스페셜 토크, 리셉션 (사전 신청 필요)
문의
조희성 디렉터 212-759-9550 내선 204

문화원은 32가 코리아타운에서 5애비뉴 쪽으로 한 블록 남짓 떨어져 있다. 지하철 6호선 33가역이나 B·D·F·M·N·Q·R·W 34가-헤럴드스퀘어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다. 개막 행사는 사전 신청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