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무늬와 무한 거울방으로 알려진 일본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가 8월 14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97세로 세상을 떠났다. 스튜디오 측은 27일 이를 알리며 "마지막 날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1958년부터 15년간 뉴욕에서 활동하며 이름을 알린 그의 작품을 지금 뉴욕과 뉴저지에서 볼 수 있는 곳을 정리했다.
물방울무늬와 거울방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일본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가 8월 14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97세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과 스튜디오 측은 2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알리며 "마지막 날까지 붓을 놓지 않았고, 영원한 사랑과 영혼에 대한 탐구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렀고 추모 행사는 추후 열릴 예정이다.
쿠사마는 1929년 3월 나가노현 마쓰모토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시야가 물방울로 뒤덮이는 환각을 겪었고, 그것을 그림으로 옮기는 일이 평생의 작업이 됐다. 태평양전쟁 때는 학생 신분으로 낙하산 공장에서 하루 열두 시간씩 일했다. 1948년 교토에서 일본화를 배웠지만 전통 화단에 답답함을 느꼈고,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뉴욕에서 보낸 15년
1957년 미국으로 건너온 그는 이듬해 뉴욕에 자리를 잡았다. 스물아홉이었다. 미국행을 준비하며 무작정 편지를 보냈던 화가 조지아 오키프가 답장을 보내 조언을 건넨 일화는 유명하다. 1959년 10월 브라타 갤러리에서 연 첫 뉴욕 개인전에 흰 물결이 화면을 가득 메운 '인피니티 네트' 연작 다섯 점을 걸었다. 당시 무명 비평가였던 도널드 저드가 이 전시를 보고 "쿠사마 야요이는 독창적인 화가"라고 썼고, 200달러에 작품 한 점을 네 번에 나눠 사갔다. 두 사람은 이스트 19번가 같은 건물의 위아래 층에 살며 가까운 친구가 됐다.
1960년대 뉴욕에서 그는 쉬지 않고 새 형식을 시도했다. 천을 기워 만든 돌기로 의자와 보트를 뒤덮은 '어큐뮬레이션' 연작을 내놨고, 1965년에는 거울로 사방을 두른 방에 관객을 들여보내는 작업을 처음 선보였다. 오늘날 전 세계 미술관 앞에 긴 줄을 만드는 '무한 거울방'의 출발점이다. 1966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는 초청받지 않은 채 이탈리아관 앞 잔디에 거울 구슬 1500개를 깔고 한 개에 2달러씩 팔았다. 옆에는 '당신의 나르시시즘을 팝니다'라고 적어 두었다. 주최 측이 판매를 중단시켰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시기에는 거리로 나섰다. 1968년 10월 뉴욕증권거래소 맞은편에서 알몸의 무용수들과 함께 반전 퍼포먼스를 열고 "이 주식으로 번 돈이 전쟁을 계속하게 한다"는 성명을 냈다. 1969년 8월 24일에는 뉴욕현대미술관(MoMA) 조각정원 분수에서 허가 없이 퍼포먼스를 벌여 이튿날 신문 1면에 실렸다. 조지프 코넬과의 오랜 관계도 이 시기의 일이다. 1973년 그는 일본으로 돌아갔고, 1977년부터는 도쿄의 정신과 병원에 스스로 들어가 살면서 근처 작업실로 매일 출근하는 생활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어갔다.
지금 뉴욕에서 볼 수 있는 곳
부고가 나온 27일 현재 뉴욕과 뉴저지에서 그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은 세 군데다.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휘트니미술관의 '파이어플라이스 온 더 워터'(2002)와 MoMA가 소장한 100여 점은 모두 현재 전시되지 않고 있다. 뉴욕식물원의 '댄싱 펌킨'도 2021년 전시 때 빌려온 작품으로, 전시가 끝나면서 함께 떠났다.
가장 확실한 곳은 구겐하임미술관(1071 5애비뉴·88가)이다. '무한 거울방 – 우주로 날아오른 춤추는 빛들'(2019)이 기획전 '구겐하임 팝: 1960년부터 지금까지'에 나와 있고, 전시는 내년 1월 10일까지다. 타워 7층에 있는데 로툰다 경사로가 9월 17일까지 닫혀 있어 엘리베이터로 2·4·5층에 올라간 뒤 타워 엘리베이터로 갈아타야 한다. 입장료에 포함되지만 자리가 한정돼 별도의 대기 줄을 서야 하고, 미리 예약할 수 없이 도착해서 QR코드로만 등록할 수 있다. 한 번에 4명까지 60초 동안 머문다. 그날 대기가 마감되면 미술관이 열려 있어도 들어갈 수 없으니 일찍 가는 편이 낫다. 9월 17일까지는 입장료가 성인 16달러, 학생·65세 이상 12달러로 낮춰져 있고 12세 미만은 무료다.
돈을 내지 않고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그랜드센트럴 매디슨(그랜드센트럴 지하 LIRR 터미널)의 매디슨 콘코스 46가와 47가 사이 벽면에 유리 모자이크 '내 마음에서 우주로 곧장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2022)가 영구 설치돼 있다. 길이 약 36미터에 이르는 작품으로, 개찰구 밖 통로라 표를 사지 않아도 지나가며 볼 수 있다.
뉴저지에서는 프린스턴대 미술관이 유일하다. 뉴욕에 도착한 해에 그린 초기작 '라지 화이트 넷'(1958)이 현대미술 전시실에 걸려 있다. 지난해 10월 새 건물로 문을 열었고 입장료는 무료다. 월~수 오전 10시~오후 5시, 목·금은 오후 8시까지, 일요일은 낮 12시부터 문을 연다. 뉴어크미술관도 1952년작 '플라워(No. 9)'를 소장하고 있지만 현재 전시하지 않는다.
그가 오랫동안 함께한 화랑 데이비드 즈위너는 홈페이지에 추모 페이지를 올렸으나 별도의 추모 전시나 조문 공간은 아직 알리지 않았다. 뉴욕과 뉴저지 미술관 가운데 추모 전시를 예고한 곳도 아직 없다. 해외에서는 암스테르담 스테델릭미술관이 9월 11일 여는 회고전을 추모전으로 열기로 했다.
즈위너 측은 "세상을 떠난 시점에 쿠사마는 의심할 여지 없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생존 작가였다"고 밝혔다. 경매 최고가는 2022년 5월 필립스 뉴욕에서 '무제(네트)'(1959)가 기록한 약 1050만 달러다. 그가 뉴욕을 마지막으로 찾은 것은 2013년이었다. 생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죽는 날까지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죽은 뒤에도 내 영혼은 계속 새로운 작품을 만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