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오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이 번호 문제다. 일할 자격이 있으면 소셜시큐리티번호(SSN), 자격은 없지만 세금보고를 해야 하면 ITIN을 받는다. 두 번호의 차이와 신청 방법, 그리고 이 번호로 은행 계좌를 열고 크레딧을 쌓기 시작하는 순서를 정리했다.
미국 생활은 번호에서 시작된다. 집을 구하려 해도, 계좌를 열려 해도, 휴대폰을 개통하려 해도 번호부터 묻는다. 여기서 말하는 번호는 소셜시큐리티번호(SSN)이거나 ITIN이다. 둘 중 무엇을 받아야 하는지부터 정확히 아는 것이 첫 단추다.
둘의 차이 — 일할 자격이 기준
소셜시큐리티번호는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는 아홉 자리 번호다. 시민권자는 모두 받을 수 있고, 외국인이라도 취업 자격이 있거나 학교에 다니는 경우, 또는 인정되는 비취업 사유가 있으면 신청할 수 있다. 세금보고, 취업, 은행 계좌 개설, 대출 신청, 여권 발급, 정부 혜택 신청에 모두 쓰인다.
ITIN(개인납세자식별번호)은 성격이 다르다. 소셜번호를 받을 자격은 없지만 미국에 세금보고 의무가 있는 사람을 위해 국세청(IRS)이 발급하는 번호다. 취업 허가와는 무관하고, 오직 세금 목적으로 쓰인다. 배우자나 부양가족이 소셜번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도 ITIN을 신청한다.
요약하면 이렇다. 일할 자격이 있으면 소셜번호, 자격은 없지만 세금보고를 해야 하면 ITIN이다. 둘 다 필요한 경우는 없다. 나중에 소셜번호를 받게 되면 ITIN은 더 이상 쓰지 않는다.
소셜번호 신청 — 무료, 5~10 영업일
소셜번호와 카드 발급은 무료다. 돈을 요구하는 곳이 있다면 정상적인 경로가 아니다. 미국 안에 있다면 온라인으로 먼저 신청한 뒤, 가까운 소셜시큐리티 사무소에 가서 서류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신청이 승인되면 카드가 우편으로 오는데 5~10 영업일이 걸린다.
본인 상황에 맞는 안내문을 미리 읽어 두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다. 소셜시큐리티국(ssa.gov)은 비시민권자, 유학생, 외국인 근로자, 시민권자 자녀 등 상황별 안내 책자를 따로 제공한다.
ITIN 신청 — 서류 한 묶음, 7주
ITIN은 세 가지를 한 묶음으로 낸다. 신청서인 Form W-7, 연방 세금보고서(Form 1040 또는 1040-NR), 그리고 외국인 신분과 신원을 증명하는 서류다. 세금보고서에서 소셜번호 칸은 비워 두면 IRS가 부여한 ITIN을 적어 넣고 처리한다. 가족이 함께 신청한다면 각자 W-7을 작성해 세금보고서 앞에 첨부한다.
신청 방법은 우편과 대면 두 가지다. 우편은 텍사스 오스틴의 ITIN 처리센터로 보낸다. 문제는 여권 같은 원본 서류를 함께 보내야 하고, 돌려받는 데 60일이 걸린다는 점이다. 여행 계획이 있다면 부담스러운 방식이다.
그래서 대면 신청이 낫다. 대부분의 증빙 서류를 그 자리에서 확인받고 바로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료로는 IRS 납세자 지원센터(TAC)와 ITIN 업무를 하는 VITA 무료 세무지원 사이트가 있고, 유료로는 IRS가 인증한 대행기관(Certifying Acceptance Agent)이 있다. VITA와 인증대행기관은 W-7 작성까지 도와준다. 다만 TAC 예약은 몇 주씩 걸릴 수 있어 서두르는 편이 좋다.
결과 통지까지는 7주가 걸린다. 세금 신고 시즌(1월 15일~4월 30일)이거나 해외에서 신청한 경우에는 9~11주로 늘어난다. 승인되면 CP565 통지서가 오고, 서류가 부족하면 CP566, 거부되면 CP567이 온다. 거부 통지를 받았다면 보완해서 다시 내야 한다.
참고로 IRS 홈페이지는 ITIN 관련 안내를 한국어로도 제공한다(irs.gov/ko). 영어 서류가 부담스럽다면 한국어 페이지에서 개념을 먼저 잡고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번호를 받은 다음 — 계좌와 크레딧
번호가 나오면 은행 계좌를 열 차례다. 소셜번호가 없어도 ITIN으로 계좌를 열어 주는 은행이 적지 않다. 한인은행들은 이런 사례를 많이 다뤄 봤기 때문에 상담이 수월한 편이다.
그다음이 크레딧이다. 미국에서 신용기록은 시간이 쌓여야 만들어진다. 아무 기록이 없는 상태에서는 일반 신용카드 발급이 거절되기 쉬운데, 이때 쓰는 것이 보증금을 맡기고 그 금액만큼 한도를 받는 시큐어드 카드(secured card)다. 몇 달에서 1년 정도 연체 없이 쓰면 일반 카드로 넘어갈 수 있다.
이 시기에 지켜야 할 원칙은 단순하다. 결제일을 절대 넘기지 않는 것, 한도의 30% 이상은 쓰지 않는 것, 그리고 카드를 여러 장 급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다. 첫해에 만든 습관이 몇 년 뒤 자동차 융자나 모기지 금리로 돌아온다.
이 기사는 소셜시큐리티국(SSA)과 국세청(IRS)의 공식 안내를 기준으로 작성했다. 처리 기간과 절차는 바뀔 수 있으므로 신청 전 각 기관 홈페이지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