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새벽 2시를 기해 미국 전역(애리조나주와 하와이주 등 일부 지역 제외)의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제·DST)이 종료되고 표준시로 복귀한다. 이로써 미국 거주자들은 1시간의 수면 시간을 더 얻게 되지만, 동시에 오후 5시만 되어도 해가 떨어지는 캄캄한 겨울 저녁을 맞이하게 된다.

매년 3월 둘째 일요일에 시계를 1시간 앞으로 당겼다가(Spring Forward), 11월 첫째 일요일에 다시 1시간 뒤로 되돌리는(Fall Back) 이 제도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시간 변경에 따른 피로감과 신체 리듬 혼란을 이유로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서머타임의 역사적 기원부터 미국인들의 실제 선호도, 세계 각국의 제도 시행 현황, 그리고 현대적 의미와 향후 변화 전망을 정밀하게 짚어보았다.

1. 양초 아끼려던 유머에서 전쟁 물자 절약으로… 서머타임의 기원

서머타임의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인물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그는 1784년 프랑스 파리 유학 시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양초를 아낄 수 있다"는 내용의 유머러스한 에세이를 신문에 기고했다.

이를 상업적·체계적으로 처음 제안한 사람은 영국의 건축가 윌리엄 윌렛(William Willett)이다. 그는 1907년 '낮 시간의 낭비'라는 팸플릿을 발표하며 여름철 일조 시간을 활용해 전깃값을 아끼고 야외 활동을 늘리자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11월 1일 이후 한가해진 저녁 시간대 지하철 모습.
11월 1일 이후 한가해진 저녁 시간대 지하철 모습. (사진 뉴욕앤뉴저지)

실제 국가 차원에서 서머타임을 처음 도입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6년 독일이었다. 전시 상황에서 조명용 석탄 자원을 아끼기 위해 시계 바늘을 1시간 앞으로 당겼고, 이후 영국, 미국 등 주요 전쟁 참여국들이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일제히 도입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2. "1년에 두 번 시계 바꾸기 싫다"… 미국인 88%가 현행 방식에 반대

미국에서 서머타임은 단순한 시간 조정을 넘어 해마다 거센 논쟁을 부르는 생활 이슈다. 설문조사 기관 AP-NORC 및 YouGov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현재처럼 1년에 두 번 시계를 바꾸는 시스템을 지지하는 미국인은 단 12%에 불과하다. 미국인 10명 중 9명 가까이가 매번 시계 바늘을 조절하는 현행 방식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미국인들이 더 선호하는 방식은 연중 해가 늦게 지는 '영구 서머타임(Permanent DST)'이다.

영구 서머타임 선호 (56%): 저녁 시간에 해가 오래 떠 있어 퇴근 후 야외 활동이나 쇼핑, 운동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선호한다.

영구 표준시 선호 (42%): 아침에 일찍 해가 떠야 출근과 등교가 안전하고 신체 리듬에 맞다는 이유로 표준시 고수를 원한다.

3. 유지하는 국가 vs 폐지하는 국가: "경제 활성화" 대 "생체 리듬과 건강"

현재 전 세계 약 70여 개국(미국, 캐나다, 유럽연합 회원국, 영국 등)이 서머타임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제도를 유지하는 주요 이유는 고위도 지역의 특수성 때문이다. 유럽이나 북미처럼 위도가 높은 곳은 여름철 낮 길이가 겨울에 비해 압도적으로 길어, 저녁 일조 시간을 늘려 야외 리저 활동과 외식, 유통 소비를 촉진하는 경제적 이점이 크다. 또한 퇴근 시간대 보행자 교통사고와 야간 범죄율이 감소한다는 점도 주요 유지 명분이다.

반면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해 멕시코, 러시아, 그리고 미국의 애리조나주와 하와이주 등은 서머타임을 시행하지 않거나 완전히 폐지했다. 적도 부근 국가들은 계절에 따른 낮과 밤의 길이 차이가 없어 도입 실익이 없으며, 3월 서머타임 시작 직후 수면 장애와 심혈관 질환 발병률 급증, 작업장 안전사고 증가 등 건강상의 부정적 영향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러시아는 2014년, 멕시코는 2022년에 이 같은 이유로 서머타임을 공식 폐지했다.

4. 현대에 갖는 서머타임의 의미와 향후 변화 전망

과거 산업사회에서 서머타임의 핵심 가치가 '석탄과 전력 등 에너지 절약'에 있었다면, 현대사회에서 서머타임은 '인간의 라이프스타일과 수면 건강권'을 다루는 문제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전환되었다. 에어컨과 IT 기기 사용이 일반화된 현대에는 서머타임의 절전 효과가 미비하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인위적인 시간 조작이 주는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큰 비용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의 서머타임 제도가 '1년에 두 번 시계를 바꾸는 방식의 폐지' 방향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의회에서는 이미 연중 서머타임을 고정하는 '햇빛보호법(Sunshine Protection Act)'이 상원을 통과한 바 있으며, 상·하원 간의 조정과 의료계(수면의학회의 영구 표준시 주장)의 의견 대립이 정리되는 대로 일원화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다가오는 미래에는 인위적으로 시계 바늘을 되돌리는 혼란 대신, '영구 서머타임'이나 '영구 표준시' 중 하나로 고정된 시간 체계가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